인쇄의 기술 완전 정복: 옵셋, 별색, 그라비아, UV, 디지털, 실사프린터, 특수인쇄

같은 디자인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인쇄 방식, 왜 알아야 할까요?

손에 든 커피 브랜드 테이크아웃 컵과 서점에서 산 하드커버 화보집은 둘 다 인쇄물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은 방식으로 찍힐까요? 사실 인쇄 방식은 용도·수량·소재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인쇄소에서 흔히 듣는 말들 — “4도 옵셋으로 뽑으세요”, “별색이 들어가서 단가가 올라요”, “소량이면 디지털 추천드려요” —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면 예산을 낭비하거나, 원하는 색이 전혀 나오지 않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오늘은 주요 인쇄 방식의 종류와 특징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방식에 맞는 기계 사이즈 정보도 함께 다루니 끝까지 읽어보세요.


1. 옵셋 인쇄 — 인쇄계의 기본기

옵셋 인쇄(Offset Printing)는 가장 일반적인 상업 인쇄 방식입니다. 판(版)에 잉크를 묻혀 고무블랭킷을 거쳐 종이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판에서 직접 찍지 않고 한 번 더 거쳐 간다’는 뜻에서 오프셋(offset)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1도 인쇄: 흑백의 세계

1도 인쇄는 잉크 한 가지만 쓰는 방식으로, 보통 검정(K) 잉크 하나로 인쇄합니다. 영수증·계약서·학교 시험지·신문 본문 등이 대표적입니다. 색상 표현이 없으므로 비용이 가장 저렴합니다.

판은 ‘어디에 잉크를 묻힐지’를 결정하는 도구입니다. 단색이어도 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2도 인쇄: 한 색 더, 드라마틱한 차이

2도 인쇄는 잉크 두 가지를 씁니다. 가장 흔한 조합은 검정(먹, K) + 별색(지정 컬러) 하나입니다.

실제 활용 사례를 보면 2도 인쇄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쓰는 학습지·문제지가 대표적입니다. 본문은 검정으로, 정답 표시나 강조 박스는 파란색 또는 빨간색 한 가지로 인쇄하면 풀컬러(4도)보다 인쇄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대형 학습지 기업이 수백만 장을 찍어내는 비용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이 2도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사내 보고서, 계약서 양식, 사보, 청구서, 기업 레터헤드 등 색상은 단순하지만 브랜드 컬러는 살려야 하는 인쇄물에 널리 쓰입니다.

도수(度數)는 이렇게 세어요

인쇄에서 ‘도수’는 사용하는 잉크 색상의 수를 뜻합니다. 조합에 따라 도수가 달라지므로 견적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조합도수
검정(먹) 1도1도
먹 + 별색 1개2도
먹 + 별색 2개3도
CMYK 4색4도
CMYK 4색 + 별색 1개5도
CMYK 4색 + 별색 6개10도

별색이 많아질수록 판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10도 인쇄는 판만 10개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고급 패키지나 특수 인쇄물에서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4도 인쇄: 풀컬러의 마스터, CMYK

풀컬러 인쇄물은 거의 모두 4도(CMYK) 인쇄입니다. 청록(C), 자홍(M), 노랑(Y), 검정(K) 4가지 잉크를 미세한 망점으로 겹쳐 찍어 수백만 가지 색을 표현합니다.

잡지·카탈로그·포스터·포장 박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수량이 많을수록 장당 단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단, 판 4개를 제작해야 하는 초기 고정비가 발생하므로 소량 인쇄에는 불리합니다.

판 제작비(CTP 출력비)는 수량에 관계없이 고정입니다. 100장이든 10만 장이든 판 비용은 동일하므로, 수량이 많을수록 장당 원가가 낮아집니다.

잡지, 카탈로그 등 상업용 대량 인쇄에 주로 사용되는 4도 풀컬러 옵셋 인쇄기(Offset Press) 설비 모습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로, 실제 디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옵셋 인쇄기의 크기

옵셋 인쇄기는 최대 용지 투입 사이즈에 따라 크기가 달라집니다. 기계가 클수록 한 번에 더 큰 종이를 넣을 수 있고, 한 판에 더 많은 면을 올릴 수 있어 효율이 높아집니다.

기계 분류최대 투입 용지A4 기준 면수주요 적용 인쇄물
소형기약 469×636mm (국전 1/2)4면 내외명함, 소형 리플렛, 소량
국전지기939×636mm (국전지)8~16면A4 책자, 단행본, 팜플렛
46전지기1091×788mm (46전지)16면 내외B5 교재, 잡지, 카탈로그
대형기 (2연장)1200mm 이상32면~대형 포스터, 고속 대량

옵셋 인쇄기의 제조사 — 일본 기계 vs 독일 기계

옵셋 인쇄기는 어느 나라 제조사의 기계를 쓰느냐에 따라 특기가 다릅니다. 크게 일본계독일계로 나뉘며, 각각 강점이 있는 용도가 다릅니다.

일본 기계 — 정밀한 상업용 인쇄에 강하다

미쯔비시(Mitsubishi), 고모리(Komori), 리소나(Ryobi) 등 일본 제조사의 기계는 정밀한 색상 재현과 안정적인 인쇄 품질이 강점입니다. 잡지·카탈로그·브로슈어처럼 색상 정확도가 중요한 상업용 인쇄물에 널리 활용됩니다. 국내 상업 인쇄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종이기도 합니다.

독일 기계 — 두꺼운 용지·패키지 인쇄에 특화

하이델베르그(Heidelberg), KBA 등 독일 제조사의 기계는 두꺼운 용지와 패키지 인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종이 박스, 식품 포장 케이스, 고급 패키지처럼 두꺼운 보드지(판지)를 인쇄해야 하는 작업에 강합니다. 기계 자체의 내구성과 급지(용지 공급) 안정성이 높아 두꺼운 소재를 다루는 인쇄소에서 선호합니다.

구분대표 제조사강점주요 용도
일본 기계미쯔비시, 고모리, 리소나정밀한 색상 재현, 안정적 품질잡지, 카탈로그, 브로슈어 등 상업 인쇄
독일 기계하이델베르그, KBA두꺼운 용지 처리, 높은 내구성박스, 패키지, 보드지 인쇄

2. 별색 — “정확히 이 색이어야 해!”

4도 CMYK로는 형광색, 금색, 은색, 특정 기업 전용 컬러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쓰는 것이 별색(Spot Color)입니다.

별색은 CMYK를 혼합하지 않고, 미리 조색된 특정 잉크를 그대로 쓰는 방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별색 시스템이 팬톤(Pantone)으로, 번호가 지정된 잉크를 쓰면 어느 인쇄소에서 찍어도 동일한 색이 나옵니다.

기업 CI (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인쇄물에 별색이 자주 쓰이는 이유입니다. 로고 색상이 미묘하게 달라지면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립니다.

별색을 추가하면 판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4도 인쇄에 별색 1개를 추가하면 ‘5도 인쇄’가 되어 비용이 올라갑니다.

브랜드 고유의 정확한 색상 구현을 위해 조색된 팬톤(Pantone) 별색 컬러칩 스와치와 봉투 디자인 예시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로, 실제 디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3. 그라비아 인쇄 — 음각으로 파고든 잉크

그라비아(Gravure) 인쇄는 롤러에 셀(cell)이라는 아주 작은 홈을 파고, 거기에 잉크를 채운 뒤 필름·종이에 전사하는 방식입니다.

그라비아의 특징은 극도로 세밀하고 균일한 인쇄 품질초고속 대량 생산입니다. 우리가 매일 만지는 과자 봉지·라면 봉지·화장품 파우치 등 식품·소비재 포장 필름이 대부분 그라비아로 인쇄됩니다.

종이뿐 아니라 비닐, 알루미늄 포일, 얇은 필름 등 다양한 소재에 인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롤(Roll) 형태의 소재를 고속으로 통과시키는 윤전(輪轉: rotary printing)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실린더 하나 제작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최소 발주 수량이 수만 단위이므로, 소규모 브랜드 패키지는 디지털 인쇄 또는 플렉소 방식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자 봉지나 라면 봉지 등 비닐 필름 소재를 초고속으로 대량 인쇄하는 그라비아(Gravure) 윤전 인쇄 공정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로, 실제 디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4. UV 인쇄 — 빛으로 굳히는 마법

UV 인쇄자외선(UV)으로 즉시 경화되는 특수 잉크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일반 잉크는 건조에 시간이 걸리고 흡수가 잘 되는 소재에만 잘 붙지만, UV 잉크는 빛으로 굳기 때문에 플라스틱, 유리, 금속, 가죽 등 흡수가 안 되는 소재에도 인쇄 가능합니다.

UV 인쇄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UV 옵셋

UV 옵셋은 기존 옵셋 인쇄기에 UV 경화 시스템을 결합한 방식입니다. 옵셋의 고품질 인쇄 능력을 유지하면서 즉시 경화·선명한 발색·코팅 없이도 광택 표현이 가능합니다.

UV 옵셋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잉크가 스며들지 않는 특수 소재를 대량으로 인쇄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 옵셋 잉크는 종이에 흡수되며 건조되지만, PET 필름·PP 재질·은데드롱(은색 스티커 기재) 같은 비흡수성 소재에는 잉크가 마르지 않아 일반 옵셋으로는 인쇄가 불가능합니다. UV 경화 잉크는 빛으로 즉시 굳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결과물로는 여름철 행사 부채, 클리어 파일·서류 파일 표지, 공산품에 붙어 있는 반짝이고 살짝 돌출된 스티커 등이 있습니다. 표면을 손으로 만져보면 일반 인쇄물과 확연히 다른 질감이 느껴집니다.

UV 프린터 — 롤(Roll)

롤 UV 프린터는 비닐, 필름, 원단처럼 말아서 공급할 수 있는 소재에 인쇄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현수막 출력에 쓰였지만, 최근에는 활용 범위가 인테리어 필름 그래픽으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유리창·벽면·가구 표면에 붙이는 인테리어 시트, 매장 포인트 필름, 공간 그래픽 등이 대표적입니다. 롤 형태로 납품되어 시공 현장에서 바로 부착합니다.

UV 프린터 — 평판(Flatbed)

평판(플랫베드) UV 프린터는 딱딱하고 평평한 소재, 즉 아크릴판, 목재, 유리, 타일, 금속판, 가죽, 폰케이스 등에 직접 인쇄합니다. 소재를 평판 위에 올려놓으면 헤드가 지나가며 찍는 방식입니다.

평판 UV 프린터로는 1개짜리 맞춤 제작도 가능합니다. 포토북, 기념 타일, 개인 맞춤 소품 등 B2C 소량 제작 시장에서 점점 활용이 늘고 있습니다.

자외선(UV) 빛으로 잉크를 즉시 굳혀 두꺼운 나무, 아크릴 등 평평한 특수 소재에 직접 인쇄하는 평판 UV 프린터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로, 실제 디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5. 디지털 인쇄 — 판 없이, 지금 당장

디지털 인쇄(Digital Printing)는 판을 만들 필요 없이 컴퓨터 파일을 바로 인쇄기로 전송해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1장부터 주문 가능하고, 장마다 내용을 바꾸는 가변 데이터 인쇄(Variable Data Printing)도 지원합니다.

100명에게 이름이 각각 다르게 인쇄된 청첩장, 고객별 맞춤 DM 엽서 등이 디지털 인쇄로만 가능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색상 정확도: 이제 옵셋 수준입니다

예전에는 ‘디지털 인쇄는 색상 재현도가 옵셋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 표준화와 장비 발전으로 색상 정확도가 옵셋 수준에 근접하였습니다.

그 결과, 옵셋 인쇄의 교정지(proof)로 디지털 인쇄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량 옵셋 인쇄에 들어가기 전, 디지털 인쇄기로 샘플을 뽑아 색상과 레이아웃을 최종 확인하는 것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샘플 10장만 먼저 뽑아보고 싶어요”라는 요청은 디지털 인쇄로 해결됩니다. 본 제작 전 색상 교정 용도로도 적극 활용하세요.

인쇄판 출력 없이 컴퓨터에서 바로 전송하여 다품종 소량 생산 및 가변 데이터 인쇄가 가능한 디지털 인쇄기 장비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로, 실제 디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6. 실사 프린터 — 대형 출력의 세계

실사 프린터(Wide Format Printer)는 현수막, 배너, 윈도우 그래픽처럼 일반 인쇄기로 찍기 어려운 대형 출력물을 만드는 장비입니다. 잉크의 종류에 따라 크게 수성과 유성(솔벤트)으로 나뉩니다.

수성 프린터 (잉크젯 방식)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잉크젯 방식 프린터로, 주로 실내용 출력물에 적합합니다. 실내 현수막, 배너, 윈도우 그래픽(유리창에 부착하는 시트), 전시 패널 등이 대표적입니다.

수성 잉크는 발색이 선명하고 냄새가 적어 실내 환경에 적합하지만,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색이 바랄 수 있어 야외 장기 노출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유성 프린터 (솔벤트 방식)

솔벤트(Solvent) 잉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야외 환경에 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자외선, 비, 먼지에 장기간 노출되어도 색이 변하지 않아 야외 현수막, 건물 외벽 래핑, 차량 래핑, 야외 광고판 등에 활용됩니다.

단, 용제(솔벤트) 냄새가 강하고 환경 부담이 크므로 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환경 규제를 반영한 에코 솔벤트(Eco-Solvent) 방식도 많이 사용됩니다.

야외에 한 달 이상 거치되는 현수막이나 간판이라면 반드시 솔벤트 출력을 요청하세요. 수성으로 제작하면 수주 안에 색이 바래기 시작합니다.

라텍스 프린터 — 친환경 야외 출력의 대세

최근 실사 출력 업계에서는 라텍스(Latex) 프린터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솔벤트의 강한 야외 내구성과 수성의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방식으로, 냄새가 거의 없고 유해물질 배출이 적으면서도 야외 환경에서 충분한 내구성을 발휘합니다. 실내 환경에서도 바로 작업 후 시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솔벤트 방식을 대체하는 친환경 대안으로 출력소에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분류출력 폭대표 출력물
소형 실사기약 610mm (24인치)실내 포스터, A1 이하
중형 실사기1270~1524mm (50~60인치)배너, 현수막 소형
대형 실사기1800~3200mm대형 현수막, 외벽 그래픽
평판 UV 프린터소재 크기에 따라 다양아크릴·목재·금속 등 직접 인쇄
대형 현수막, 옥외 배너, 윈도우 그래픽 시트지 등을 고해상도로 출력하는 대형 실사 프린터(Wide Format Printer)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로, 실제 디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7. 기타 특수 인쇄 — 상황에 따른 선택

윤전 인쇄 (Web Printing: rotary printing)

윤전기(Web Press)는 정보 전달 목적의 종이 인쇄물을 초대량으로 빠르게 찍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신문 인쇄소에 있는 집채만 한 거대한 기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인쇄 후 기계 끝에서 종이가 접히고 재단되어 바로 신문이나 전단지 형태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에디터의 노트: 예전에 충무로역 앞 매일경제 별관 1층에 거대한 윤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미디어의 다변화로 역사의 한 장면이 되어 버렸네요.

로터리 인쇄 (Rotary Printing)

실무에서 ‘로터리기’라고 하면 십중팔구 ‘라벨/스티커 전용 인쇄기’를 뜻합니다. 단순히 종이를 찍는 것을 넘어 ‘롤에서 롤로(Roll-to-Roll)’ 이어지는 생산 라인 안에서 인쇄, 코팅, 톰슨(모양 따기) 공정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정밀 장비입니다. 와인병 라벨이나 화장품 용기 스티커를 롤 형태로 납품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플렉소 인쇄 (Flexographic Printing)

플렉소 인쇄는 빛에 반응하는 플라스틱인 감광성 수지(Photopolymer)로 유연한 볼록판을 만들고, 이 판을 실린더에 감아 회전하며 찍는 방식입니다. 판이 고무처럼 휘어지는(flexible) 특성에서 ‘플렉소’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잉크가 잘 흡수되지 않는 소재에도 인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롤 형태의 소재를 고속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이라 생산성도 높습니다. 골판지·비닐·포장 필름·라벨 등 다양한 소재에 쓰이며, 지금도 골판지 박스 포장 인쇄에 현역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수지판을 우리 생활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사무실에서 명판이라 부르는 스템프에 양각으로 붙어있는 말랑한 재질 입니다.

레터프레스 (Letterpress)

레터프레스는 플렉소와 같은 수지판을 쓰기도 하지만, 목적과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푹신하고 두꺼운 최고급 수입 면지(코튼 페이퍼)에 강한 압력으로 판을 눌러 찍어, 종이가 오목하게 들어가는 디보싱(debossing) 효과를 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인쇄라기보다 압각(壓刻) 예술에 가깝습니다. 잉크가 종이에 찍히는 동시에 종이 표면이 눌려 들어가는 촉감과 아날로그 감성 때문에, 최고급 명함, 청첩장, 브랜드 스테이셔너리 제작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마스터 인쇄 (리소그래프 / Risograph)

마스터 인쇄는 열(熱)로 얇은 마스터 원지(原紙)에 구멍을 뚫어 판을 만들고, 그 구멍을 통해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입니다. 등사기(謄寫機)의 현대적 후계자라고 볼 수 있으며, 일본 리소(RISO)사의 장비가 대표적이라 리소그래프라고도 부릅니다.

마스터 원지 제작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잉크 소모량도 적어 중간 수량(수십~수백 장)을 빠르고 저렴하게 뽑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복사기보다는 훨씬 빠르고, 옵셋보다는 훨씬 저렴한 포지션입니다.

지금도 대학가 복사집에서 논문 인쇄를 맡기면 대부분 이 마스터 인쇄로 처리합니다. 그 외에도 교회 주보, 학원 교재, 사내 문서, 관공서 고지문 등 색상보다 내용이 중요한 대량 흑백 인쇄물에 널리 쓰입니다.

복사집에서 “논문 100부 뽑아주세요”라고 하면 레이저 복사기가 아니라 마스터 인쇄기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당 단가가 훨씬 저렴하고 속도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단, 첫 장 마스터 제작 비용이 있어 아주 소량(10장 이하)은 복사기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 인쇄

스크린 인쇄‘샤(紗)’라고 부르는 망사 기본판을 제작해 잉크를 통과시켜 소재에 찍는 방식입니다. 원하는 부분만 구멍이 뚫린 판을 만들고, 그 위로 잉크를 밀면 아래 소재에 패턴이 찍히는 스텐실(stencil) 원리입니다.

천, 유리컵, 세라믹, 금속판 등 종이 외의 다양한 소재에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샤 판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라 준비 과정이 번거롭고 소량에는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특수한 소재나 형태가 아니라면 UV 프린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실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크(비단) 원단과 혼동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스크린 인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한눈에 보는 인쇄 방식 비교

인쇄 방식소재최소 수량최적 용도특징
옵셋 1도종이500장~서류, 시험지흑백, 저렴
옵셋 2도종이500장~학습지, 사보, 레터헤드먹 + 별색 1개
옵셋 4도종이1,000장~잡지, 카탈로그수량↑ 단가↓
별색종이500장~기업 CI 인쇄물팬톤 등 정밀 색상
그라비아필름·포일수만 장~포장재초고속 대량
UV 옵셋종이 등500장~부채·파일 표지·돌출 스티커즉시 경화, 고광택
UV 롤 프린터필름·시트소량 가능인테리어 필름 그래픽·현수막다양한 롤 소재
UV 평판 프린터아크릴·목재·금속1개~맞춤 소품·사인딱딱한 소재
디지털 인쇄종이1장~소량·맞춤·교정지가변 데이터 가능
수성 실사실내 소재소량~실내 현수막·배너선명, 야외 약함
솔벤트 실사비닐·원단소량~야외 현수막·래핑자외선에 변색 없음
윤전롤 종이수십만~신문·광고 전단초고속 대량
마스터 인쇄 (리소그래프)종이수십 장~논문·주보·학원 교재저렴·고속, 흑백 중심
플렉소 인쇄골판지·비닐·필름수천 장~택배 박스·비닐봉투·롤 라벨유연한 수지판, 다양한 소재
레터프레스두꺼운 면지100매~최고급 명함·청첩장압각으로 종이를 오목하게 누름
스크린 인쇄천·유리·금속 등소량~판촉물·특수 소재아날로그, 최근 UV로 대체

마치며: ‘어떻게 찍느냐’가 디자인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인쇄 방식을 잘못 선택하면 색이 다르게 나오거나, 예산이 몇 배 낭비되거나, 아예 인쇄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쇄 방식은 ‘용도 × 수량 × 소재’의 조합으로 결정됩니다.

글 중간에 최근 이라는 말을 쓰긴 했습니다. 이 최근이 10~20년 된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몇 백 년된 인쇄 기술에 비하면 최근이니 ㅎㅎ 너그럽게 이해 바랍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하면: “많이 찍을수록 옵셋, 조금 찍을수록 디지털, 색이 정확해야 하면 별색, 봉지·필름은 그라비아, 야외 대형은 솔벤트, 특수 소재면 UV 프린터!”

잠깐, 인쇄소에 파일을 넘기기 직전, 가장 많이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아시나요? 인쇄기가 아무리 좋아도 ‘이것’ 설정을 틀리면 결과물 색상이 칙칙하게 탁해집니다. 출력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색상 모드의 비밀을 확인하세요!
[RGB와 CMYK 색상 모델 차이: 인쇄 색상이 탁해지는 이유 보러 가기]

기계와 색상은 완벽하게 세팅했는데, 정작 무슨 ‘종이’에 찍을지 고민이신가요? 인쇄의 느낌을 180도 바꿔버리는 종이 재질과 두께(평량) 고르는 법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세요!
[명함은 왜 두껍고, 전단지는 왜 얇을까? (종이 두께와 종류)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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