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설책은 A4 용지보다 작을까? (종이 규격과 전지, 국전지 vs 46전지)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화면의 색(RGB)과 인쇄의 색(CMYK) 차이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디자인의 가장 기본 재료인 ‘종이’의 사이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종이는 단연 A4 용지죠. 그런데 서점에 가서 책들을 한번 둘러보세요. 문제집이나 잡지를 제외하고, 소설책이나 에세이가 A4 사이즈로 되어 있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거의 없으실 거예요.
왜 용도마다 종이 크기가 다를까요? 그리고 인쇄소에서는 “국전지로 작업하나요, 46전지로 작업하나요?” 라고 묻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오늘은 종이 규격의 비밀을 아주 쉽게 풀어드립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용지 규격은 크게 A계열B계열 두 가지로 나뉩니다.

A계열 (A Series)
  • 대표주자: A4 (210 x 297mm)
  • 특징: 국제 표준 규격입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복사용지, 공문서 등이 대부분 A4죠.
B계열 (B Series)
  • 대표주자: B5 (182 x 257mm)
  • 특징: A계열보다 조금 더 큽니다. 주로 학교 다닐 때 썼던 공책, 교과서, 참고서 등이 B5 사이즈입니다. A4보다 작아서 가방에 넣기 좋고 필기하기 적당한 크기죠.

집에서는 A4 용지를 낱장으로 쓰지만, 인쇄소에서는 ‘전지’라고 부르는 식탁만큼 거대한 종이를 씁니다. 이 전지를 어떻게 자르냐에 따라 우리가 쓰는 A4, B5가 탄생합니다.

제지소에서 거대한 롤 원지를 A열 국전지나 B열 46전지 같은 평판 전지 규격으로 재단하는 공정
롤 원지를 전지로 재단 하는과정 (이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위해 합성된 이미지 입니다.)

① 국전지 (939 x 636 mm) → 국판(A5)의 엄마

  • 국제 표준인 A열 사이즈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종이입니다.
  • 국전지를 16등분(16절)하면 국판이 되고 A5 사이즈가 쏙 들어갑니다. 이 사이즈가 우리가 아는 보통 크기의 책입니다. 이 크기의 2배가되는 규격이 국배판 대략 A4가 됩니다.
국전지 절 수 안내 가이드

② 46전지 (1091 x 788 mm) →46판(B6)의 엄마

  • 국전지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큽니다. 주로 B열 사이즈용입니다.
  • 46전지를 32등분(32절)하면 작은 책 크기인 46판(B6) 사이즈가 나옵니다. 이 책을 만들 수 있는 큰 종이여서 46전지가 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이 크기의 2배가 46배판(B5)우리가 아는 노트의 크기입니다.
46전지 절 수 안내 가이드

비율의 마법: A0라는 아주 큰 종이를 반으로 자르면 A1, 또 반으로 자르면 A2… 이렇게 계속 반으로 잘라도 가로세로 비율이 똑같이 유지됩니다. 덕분에 확대/축소 복사를 해도 여백이 남거나 잘리지 않습니다.

잠깐! 이름이 왜 ‘국전지’, ’46전지’ 인가요?

  • 국전지: 일본 개화기 때 수입되던 종이의 상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때 수입된 종이의 상표가 다알리아꽃이었는데 이 꽃은 국화꽃과도 생김새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키쿠판(국화판)’이라고 부르던 것이 한국으로 넘어와 한자 음을 따서 ‘국판’, ‘국전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해 금지: 나라 ‘국(國)’ 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 표준 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 46전지: 영국 표준 규격인 ‘크라운 배판’(30인치×40인치)에 해당하는 종이를 일본식 치수로 환산한 것이 뿌리입니다. 이 전지의 크기를 32절로 재단하면 한 장이 약 4치2푼×6치2푼이 됩니다. 당시 서적상들이 뒤의 ‘2푼’을 생략하고 “4치×6치 종이”라고 부르면서 이 전지를 4×6전지(46전지)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 일반적입니다.

디자인을 할 때 “종이의 로스(낭비)”를 줄이는 게 실력입니다.
“학원 전단지 4,000장 찍어주세요~” 할 때 보통 A4로 생각하시죠? 하지만 인쇄소 기본 규격인 ’16절지’는 A4보다 약간 작습니다. 절수표를 보면 46전지 16절 사이즈는 272 x 197mm입니다. 반면 A4는 297 x 210mm죠. 46전지 16절이 A4보다 작습니다. 그래서 전단지는 보통 A4보다 조금 작은 B5 계열(16절)로 많이 제작합니다.이걸 모르고 A4로 디자인해가면 사이즈를 줄여야 하거나 종이를 낭비하게 됩니다.

잘못된 예: A4(210 x 297) 책자를 만드는데, 더 큰 종이인 46전지에 인쇄를 한다면?
종이가 남아서 버리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돈을 버리는 셈이죠!)

잘한 예: A4 책자는 국전지에, B5 문제집은 46전지에 앉히는(배치하는) 것.
이것이 인쇄 견적을 아끼는 첫 번째 노하우입니다.

B5 종이가 46전지에서 16장이 나오고
A4 종이가 국전지에서는 8장이 나오는 것을 표시한 이미지
B5 종이가 46전지에서 16장이 나오고
A4 종이가 국전지에서는 8장이 나오는 것을 표시한 이미지

  • 학생용 노트, 교재, 문제집: 46배판 (B5 사이즈, 필기 공간 넉넉함)
  • 읽기 편한 에세이, 소설: 국판 또는 신국판 (A5 사이즈 내외, 손에 잡기 편함)
  • 작고 귀여운 시집: 46판 (B6 사이즈, 주머니에 들어감)
  • 일반 보고서, 회사 소개서: A4 (가장 무난하고 파일철하기 좋음)
노트, 소설책, 두꺼운 전공서적 등 다양한 용도와 판형(규격)으로 제작된 실제 책 사이즈 비교

오늘은 종이의 크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단순히 “A4가 크다, 작다”를 넘어서, 내가 만들 결과물이 “어떤 전지(국전지/46전지)를 사용하는 게 효율적일까?”를 고민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초보 딱지를 뗀 것입니다!

잠깐, 혹시 종이의 ‘크기’는 정했는데 ‘두께와 재질’은 아직이신가요? 인쇄소에 가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평량(g)의 비밀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명함은 왜 두껍고, 전단지는 왜 얇을까? (종이 두께와 종류) 보러 가기]

크기와 두께를 모두 마스터하셨다면? 이제 평면을 입체적인 ‘책’으로 완성할 차례입니다! “중철, 무선, 양장… 내 책은 어떻게 묶는 게 좋을까?” 페이지 수와 용도에 딱 맞는 제본 방식을 알려드릴게요.
[책은 어떻게 묶일까? 제본의 종류와 선택 가이드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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