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0%의 시대가 있었다고?: 금리 상식 종합선물세트 (심화편)
라떼는 말이야, 예금 이자가 20%였어
부장님들이 술자리에서 종종 하시는 말씀 있죠. “내가 신입사원 때는 은행에 돈만 넣어도 이자가 20%씩 나왔어!”
거짓말 같나요? 아닙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시중 금리는 실제로 ’20~30%’까지 치솟았어요. 반면 불과 3~4년 전 코로나 시기에는 0%대 금리였죠.
도대체 금리는 왜 널뛰기를 할까요?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금리 용어들은 다 무슨 뜻일까요? 오늘은 알쏭달쏭한 금리 용어들을 ‘계급도’와 ‘역사’로 한 방에 정리해드릴게요.

금리의 계급도: 돈의 흐름을 알면 용어가 보인다
금리에도 위아래가 있어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금리도 한국은행에서 시작해 우리에게 도착하거든요.
최상위 포식자: 기준금리 & 콜금리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돈의 기준 원가예요. 1편에서 다뤘죠?
그럼 ‘콜금리(Call Rate)’는 뭘까요? 금융기관끼리 급전을 빌릴 때 쓰는 초단기 금리예요. 은행도 돈이 부족하면
“야, 돈 좀 불러줘(call money·call loan)!” 하고 옆 은행에서 빌려요. 가장 기초적인 금리라서 기준금리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습니다.
중간 보스: 공금리 vs 시장금리(실세금리)
‘공금리(Official Rate)’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규제하에 정해놓은 금리예요. 옛날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정부가 금리를 강제로 낮게 묶어두기도 했어요. 지금은 정부가 금리를 낮추라(올리라)는 압력은 넣을 수 있으나 강제할 권한은 없습니다.
‘시장금리(실세금리)’는 실제 금융 시장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금리예요. 그리고 이 시장금리가 곧 우리 경제의 진짜 온도인 실세금리(진짜 힘을 가진 금리)가 되는 거죠. 정부가 아무리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해도(공금리), 시장에 돈이 귀해지면 실세금리는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경기는 결국 이 ‘실세금리’의 움직임에 달려 있습니다.
글로벌 기준: 리보금리에서 소파금리로
‘LIBOR(리보금리)’는 영국 런던의 은행들끼리 돈을 빌리는 금리인데, 오랫동안 세계 금융의 기준 역할을 했어요. 우리가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리보금리 + 1%” 이런 식으로 썼죠. 지금은 조작 스캔들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SOFR 같은 새로운 기준으로 2023년에 대체되었어요.
‘SOFR(소파금리)’는 미국 달러화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대표 지표금리예요.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루(overnight) 동안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를 말해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명목금리 vs 실질금리
“요즘 정기예금 4% 준대! 대박이지?”
이 말에 속으면 하수예요. 여기서 4%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 즉 ‘명목금리’예요.
하지만 그해 짜장면 값(물가)이 5% 올랐다면?
실질금리 = 명목금리(4%) – 물가상승률(5%) = -1%
내 돈의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든 거예요. 경제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명목금리가 아니라, 물가를 뺀 ‘실질금리’를 계산해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을 들고 있으면 손해라는 말이 바로 이 때문이에요.

대출의 등급 사회: 1금융권 vs 2금융권
금융시장도 게임처럼 티어가 나뉘어 있어요.
‘1금융권’은 골드, 플래티넘 티어예요. 우리가 아는 KB, 신한, 우리, 하나 등 시중 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카카오, 토스 등)이 여기 속해요. 금리가 가장 낮지만, 심사가 깐깐하죠.
‘2금융권’은 실버, 브론즈 티어예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보험사, 캐피탈 등이에요. 1금융권보다 대출은 쉽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금리가 더 비싸요.
대부업체는 3금융권, 혹은 제도권 밖으로 봐요. 대부업은 합법이지만 가장 마지막 단계의 금융이에요.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그 선택의 대가는 가장 비싼 금리예요.
신용점수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한 번 2금융권으로 밀려나면 다시 1금융권으로 올라오기 위해 훨씬 많은 이자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에요.

금리의 역사는 반복된다
1980년대 초, 미국의 폴 볼커 연준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올렸어요. 당시엔 “경제를 다 죽인다”고 욕을 먹었지만, 그 덕분에 인플레이션을 잡고 이후 호황기를 맞이했죠.
금리는 영원히 오르지도, 영원히 내리지도 않아요. ‘사이클’이에요.
역사를 알면 지금의 고금리가 영원하지 않음을 알 수 있고, ‘실질금리’를 알면 예금과 투자 중 어디에 돈을 넣어야 할지 보이고, ‘1·2금융권’의 차이를 알면 신용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돼요.
어려운 용어들이지만, 결국 내 주머니 속 돈을 지키기 위한 상식들이에요. 이 종합선물세트가 여러분의 금융 문맹 탈출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 정리
- 금리도 계급이 있어요. 기준금리 → 콜금리 → 실세금리 순으로 흘러가요
- 통장에 찍히는 명목금리가 아니라, 물가를 뺀 실질금리를 봐야 해요
-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차이는 금리 차이, 곧 신용점수의 중요성이에요
다음 글 예고
은행은 우리 돈을 금고에 보관만 할까요? 아닙니다. 은행은 금고가 아니라 ‘공장’이에요. 내가 맡긴 100만 원이 어떻게 1,000만 원으로 불어나는 걸까요? 다음 편에서는 돈이 불어나는 마법, ‘신용창조’의 비밀을 파헤쳐봅니다.
